지난 연말 나는 두번이나 물건을 잃어버렸다. 한번은 운 좋게 찾았고, 한번은 못 찾았음.
어느날 회사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모르는 곳에서 전화가 왔다. 원래 나는 모르는 전화는 안 받는다. 특히 회사에서는. 전화벨소리 거슬려서 가족빼고 무음으로 해 놓은데다가, 회사에서 하루종일 전화에 시달리다보면 모르는 전화는 그냥 안 받고 싶음. 그런데 이 날은 왠지 받아야 할 거 같아서 받았더니 당시 다니고 있던 한의원에서 온 전화였다.
내 지갑을 누가 가지고 있는데, 내 지갑 안의 한의원 영수증을 보고 한의원으로 전화했고, 한의원이 나한테 연락한 거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지갑 잃어버린 줄도 몰랐다... 놀라서 가방 뒤져보니까 진짜 지갑이 없었음;;;
내 지갑 가지고 있다는 분과 통화했는데, 이 분은 직장이 수영쪽이셨고 나는 수십년전 김해였던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부산 끝과 끝이었다. 그래서 당장 찾으러 갈 수 없었다. 그런데 이 분이 사상쪽 살고 계셔서 그 분이 살고 계신 곳과 가깝고 나도 어디인 줄 아는 사상 경찰서쪽에서 만나기로 했다.
퇴근하고 나서 편의점에서 감사선물로 초콜렛 사서(교통카드로 항상 들고 다니는 동백전으로 결제) 사상경찰서 앞에서 전화를 했더니 그 분이 아드님과 같이 나와계셨다. 아드님과 산책중이셨던 듯. 그래서 너무 고마워서 인사하고 아드님께 초콜렛을 줬다.

당시 지갑에 들어있었던 현금. 식대를 현금으로 받은 걸 정리 안한지 오래라서 100만원이 넘었지... 지갑 돌려받으면서 지갑 어디서 찾으셨냐고 물어봤는데, 홈플러스 카트 안에 있었다고... 홈플러스에서 카드도 몇번 놓고 온 적 있는데 지갑까지 놓고 오는 사태가. 정신 좀 차리고 다니자-_-
그러나 며칠 뒤 퇴근하고 마을 버스 타고 오다가 꾸벅꾸벅 졸았다. 졸음이 덜 깬 상태에서 내렸는데, 버스 갈아타고 보니까 내 부직포 가방이 없었다. 그 날은 도시락 안 가지고 가서 수저집이랑 쇼핑백, 우산만 들어 있었는데, 그중 가장 비싼게 젠틀리머 양우산이었다. 겨울이라 비가 거의 안 와서 그날까지 딱 두번 썼던 양우산이었다ㅠㅠ
정신 번쩍 들어서 집에 오자마자 마을 버스 회사 전화번호 검색해서 그 다음날 전화했더니 분실물 들어온게 없단다. 혹시나 해서 갈아탄 버스회사랑 지하철역에도 전화해봤는데 여기도 없다고 함. 그리고 분실물 사이트에도 찾아봤는데 들어온게 없었음. 그 뒤에도 몇번 전화해봤는데 들어온 게 없다고 한다.
지갑을 되찾은게 정말 운이 좋았던 거다. 거기에 내 신분증과 연락처 찍힌 한의원 영수증이 있었고, 한의원에서는 최근까지 꾸준히 다닌 내 이름을 듣고 바로 연락해줬고.
반대로 부직포 가방에는 연락처나 신분증이 없어서 누가 주워도 주인 찾아주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분실물 센터 같은 곳에도 없는 걸 보면 그냥 쓰레기통으로 직행했을 지도 모르지. 아무튼 이 날 이후로 나는 버스 안에서 비몽사몽 상태로 졸아본 적이 없다. 회사에서 하루종일 시달리다 퇴근하면 당연히 피곤한데(연말이라 더 바빴음) 이상하게 잠이 안 오더라.
잃어버린 물건은 비싼 것도 아니고 금방 대체했지만(수저집이랑 수저세트 새로 삼. 부직포가방은 여분 있었음. 쇼핑백이야 마트에서 새로 사면 되고. 양우산은 이전에 쓰던게 있었음) 잃어버린 걸 못 찾은게 참 속 쓰렸음.
참고로 분실물 통합사이트(https://www.lost112.go.kr/)를 보면 참 다양한 분실물들이 있는데, 지갑이나 카드같은 건 평범하더라. 의류나 잡화, 핸드폰에 심지어 외국인 신분증도 있고. 나같은 사람이 많아서 위로가 되었다. 그 중에 내 물건이 있었다면 참 좋았을 것을.
아무튼 나이도 한살 더 먹었으니 정신차리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물론 건강도 챙기고. 요즘 병원 다니다보니 병원비 많이 나와서 무병장수를 인생 목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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