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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읽고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

by 露彬 2021.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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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eries.naver.com/novel/detail.series?productNo=6229371&isWebtoonAgreePopUp=true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

MLB에서 온 KBO 생태계 교란종

series.naver.com

아주 예전 하이텔이나 나우누리 게시판에서 연재했던 소설들은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인기작품들은 책으로도 발간되긴 했지만 당시 나는 영도님 폴라리스 랩소디 연재분을 실시간으로 보기 위해서 하이텔에 가입도 했었지.(물론 책도 샀다. 500권 한정 양장본으로) 평 좋은 소설은 갈무리해서 텍스트파일로 저장해서 읽기도 했고, 저장만 해놓고 안 읽은 것도 있고.(그리고 컴퓨터 새로 사면서 사라짐) 그 뒤에 웹상에서 소설연재 사이트도 많아져서 인기작들 찾아 읽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사라지고, 지금 남아있는게 조아라, 문피아 정도인 듯. 그 이후로 내가 좋아하던 작가들이 연재를 거의 안 하게 되면서 발길을 끊었던 듯 하다.

 

어느 순간부터 이 연재물들이 웹소설이라는 이름으로 각 사이트에서 유료 연재하기 시작한 것 같은데(무료도 있지만), 이전에는 무료로 접했었기 때문에 유료 결재라는 시스템에 약간의 저항감이 있었다. 물론 피씨통신 시절도 공짜는 아니었다. 피씨통신 이용료를 내야 하거나, 특정 인터넷 회선을 유료로 이용하면 공짜였었지. 아무튼 난 백수 시절도 있었고, 굳이 유료 결제하면서 볼 마음은 없어서 유료는 보지 않았다. 

 

이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 이라는 웹소설은 시즌 초 야구사이트에서 얘기 나오는 걸로 알게 되었는데, 처음엔 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제목이 너무 노골적으로 양판소 느낌이 나서 별로였다. 게다가 작가가 꼴데팬이어서 꼴데를 모델로 썼다는데, 현실 야구도 뭣같이 못하는데 굳이 소설까지 봐야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추석연휴가 되면서 그날 또 꼴데는 졌고, 갑자기 웹소설이라는게 읽고 싶어졌고 대리만족 하고 싶어서 네이버 시리즈 결제해서 보게 되었다.

 

일단은 한일 양국에서 요즘 유행중이라는 회귀물이다. 메이저리그에 직행해서 투수도 하고 타자도 하고 명전 입성도 가능한  은퇴직전인 선수가 고3으로 회귀해서 후회했었던 일들을 바로잡고자 하는 내용이다. 회귀해서 제일 처음으로 한게 꼴데를 모델로 한 부산 오션스에 입단하는 것. 그러면서 아예 야구 역사도 바뀐다. 일단 주인공 자체가 사기캐여서 (회귀전에는 kbo 선수가 아니었기에 별 영향이 없었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한국야구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는데, 얘가 있음으로 해서 주변 선수가 영향을 받는다거나 원래는 주인공 팀 선수가 아닌데 주인공 팀에서 활약하거나.

 

이 주인공은 회귀 전에도 현실에선 존재하기 힘든 투타 만능으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선수였고, 그만큼 재능은 타고 났다. 그 원석 상태의 재능덩어리가 회귀전의 기억을 가지고 싱싱한 고3의 몸으로 과학적인 훈련을 병행한다고 해도, 너무 마음먹은 대로 일이 풀리니 양판소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나마 꼴지팀으로 갔고, 야구는 혼자서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보니 승패라던가 다른 선수들 이야기는 그런대로 현실을 따라간 것 같고. 그런데 따지고 보면 다른 주변 선수들도 오버스펙이 되어서 현실 야구를 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위화감 든다. 하지만 주인공이 짱센 캐릭터라 묻힐 뿐.

 

그리고 갈등이 너무 없다. 이 소설에서 팀 내에서 악역을 해 줘야 할 놈들은 초반부에 다 정리되어서, 주인공이랑 하하호호할 사람들만 남거나, 모여들었다. 딴 팀에선 트러블메이커들도 여기 와서는 한마리 순한 양이 되어버리고. 그러니 내부 갈등요소가 없고 주인공 맘 먹은대로 돌아가지. 그런데 너무 갈등요소가 많으면 또 안 봤을 것 같다. 현실에서 그런 갈등요소는 너무나도 많이 봤기 때문에, 대리만족하려고 보는 소설에서까지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 나같은 독자들이 많아서 작가도 그렇게 쓰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작가도 같은 꼴빠라서 대리만족하려고 쓰는 소설에 그런 것까지 쓰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사실 주인공도 주인공이지만 여친도 현실에서 존재하기 힘든 캐릭터. 로맨스도 남자작가가 써서 그런가 좀 애매한데(이쪽도 너무 갈등이 없어요...) 이 캐릭터를 야구쪽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판타지스러운 요소다. 현실 kbo에서도 남자 비선출 코치가 드문 마당에. 요즘은 그래도 각종 장비들을 동원해 분석하고 훈련을 돕는 비선출들이 늘고 있긴 하지만.

 

시대 배경 세팅도 2028 미국 올림픽이 열리는 해로 잡아놓아서 소설 속에서 주인공의 주목도를 올려놓게 한 건 좋았다고 본다. 실제 미국 올림픽에서 야구가 정식종목이 될 확률도 높고, 아무리 엘롯기가 우승해서 왕조 세운대도 올림픽 아니면 야구 인기 끓어오를 일은 없을 거라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재하는 지금보다 근미래 시점이면 현실 kbo를 반영했대도 페럴렐 월드같은 느낌이 들긴 하니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는 민승기. 아주 웃기고 야구도 잘하는 선수여서. 꼴데에도 충성심 강한 선수는 몇 있지만 야구를 잘하지는 못함... 그리고 괜시리 마음이 쓰이는 건 포수 박의현. 회귀전에는 2군에만 있다 은퇴해서 자동차판매왕이 되었다는 설정이던데, 그런 선수가 팀을 옮기면서 야구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으니까 잘 하길 바라게 된다. 원래 성격이기도 하겠지만 살아남기 위해 더 오바육바하는 느낌이라 약간 안쓰럽기도 하고. 

 

지금까지 연재된 분량만 놓고 보면 프로 2년차에 통합우승 할 것처럼 돌아가고 있는데, 어떤 반전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 작가 성향은 모르겠지만, 반전으로 다 뒤엎는 작가들도 있으니까. 그런데 요즘 독자들 성향은 그런 건 싫어한다고 얘길 들어서 또 모르지. 반전이건 뭐건 이야기만 잘 마무리되면 된다. 

 

네이버에 올라온 것 까지는 거의 다 보았는데, 쿠키 다 쓰면 문피아로 옮겨갈까 생각중이다. 문피아에서는 작가 후기도 있는 것 같던데. 연재분의 묘미는 역시 작가 후기! 이왕 실시간으로 연재분 볼꺼면 작가후기도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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