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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

10년전 운전

by 露彬 2022.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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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연습 썰을 풀기 전에 10년전 운전면허 땄던 것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

 

10여년전 운전면허 따기로 결심했는데, 그건 별 이유도 없이 친구 한명이 운전면허 따겠다고 학원 등록했다는 얘길 들어서였다. 그 이전까지는 아빠가 면허 따라고 운전면허 문제지도 사다 줬지만 1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그 문제지는 몇년동안 내 책장 어디엔가 쳐박혀 있었다는 사실.

 

어쨌든 그 친구가 필기치기 전에 학원부터 등록해놓았다길래 나도 운전은 안 해도 따기는 따야하지 않나 싶었다. 유사시 운전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얘가 1종 보통 친다길래 나도 이왕 면허 딸거면 1종이 낫지 하면서 1종 보통 신청하고 필기 치러 갔는데 그때서야 1종 보통은 트럭으로 실기 친다는 사실을 알았다-_-;;;

 

결론부터 말하자면 친구보다 내가 먼저 운전면허 합격했다. 내가 특별히 운전센스가 좋았다던가 그런건 절대 아니다.(얘나 나나 운동신경은 거기서 거기임. 오히려 내가 더 안 좋을 것 같은데) 당시 걔네 아빠 차는 오토고 우리 아빠 차는 수동이었던 것이다. 연습량의 차이였다고 보는게 좋다.

 

아빠가 옛날에 사 준 문제지 몇번 훑어보고 가서 필기시험은 간신히 턱걸이했다. 그리고 필기시험 치기 전이었던가 후였던가 안전 교육도 받았음. 그리고 당시 다녔던 회사 근처에 있는 운전면허학원에 장내 주행 시험을 신청했다.

 

시험치기 전에 아빠한테 잠깐 교육을 받기도 했지만, 사실상 운전교육 2시간으로는 시험치기에는 절대 무리였다.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싶긴 한데. 2시간 내내 쌤한테 혼나기만 한 것 같다. 다행히도 이땐 악명높던 MB 시절이라 운전 실기시험이 아주 쉬웠다.(물론 나에게는 절대 쉽지 않았다) 장내 주행시험은 T자형도 아니다. 앞에 직진으로 잠깐 가서 좌회전 하고 끝이었다. 정확하게는 직진으로 조금 가다가 안내방송이 나오면 비상등 켜면서 멈추고, 또 안내방송 나오면 비상등 끄고 다시 직진. 그리고 좌회전 코스에서 좌회전하면 끝나는 코스다. 나는 아슬아슬하게 좌회전 성공하고 겨우 합격했다. 까다로운 분이 옆에 타고 있었다면 합격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도로주행 시험을 보진 않았다. 겨우 2시간의 교육과 시험으로 운전할 자신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6개월 정도 지났다.

 

이 운전학원이 울 회사 근처이고, 당시 나는 이 운전학원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렸다. 그러다보니 학원분들이 나를 잘 알고 있는데 언젠가 언제 도로 칠거냐고 그래서 미루고 미뤘던 도로주행시험을 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빠한테 SOS를 쳤다.

 

이 당시 친구는 실기시험 여러번 떨어져서 그 학원 전설을 찍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무턱대고 학원 가서 교육받고 시험치면 학원비만 갖다바치겠다는 걱정이 되었다. 이 당시 도로주행 기본 교육시간이 6시간이었다. 도대체 누가 법 개정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라도 6시간 가지고는 택도 없다. 그래서 아빠랑 같이 운전연습 하고 학원 등록해야겠다는 결론을 냈다.

 

다행스럽게도 아빠 차는 수동이었기 때문에 클러치부터 제대로 연습할 수 있었다. 반클러치 어떻게 하는지 지금은 하나도 기억 안 나지만 거기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집 근처는 연습할만한 데가 없어서 연습장소를 물색해야했는데, 직장 동료가 그랬다. 요즘은 주5일 근무하는데가 많기 때문에 녹산공단쪽은 주말에 차가 별로 없어서 연습하기 좋다고. 그래서 주말에 무턱대고 강변대로 타고 하구둑 지나서 신호대교 통과해서 르노삼성까지 갔다. 르노삼성 조금 더 지나서 발견한 장소가 여기다.

정산인터내셔널 내가 운전연습하러 다닐 당시에는 대우인터내셔널이었다. 그 뒤에 박연차 회장이 인수해서 정산인터내셔널로 이름이 바뀌었고, 최근에 또 이름이 바뀌었다. 암튼 처음엔 저 5각형 부분을 뺑뺑 돌았다. 돌면서 1단, 2단, 3단 기어 올리고 핸들 돌려서 방향 바꾸고 유턴연습까지 하기에는 최적이었다. 저기서는 주차 연습까지는 잘 안되었던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뒤에 눈이 안 달려있어서 주차하는게 무섭다... 당시 운전면허 시험에 주차가 없었던게 천운이었음.

 

저기서 계속 연습하다가 조금씩 다른 곳까지 돌아다니게 되었다. 직장 동료는 주5일이라 한산할 거라고 했지만 개뿔이었다. 토요일에도 일하는 회사는 많았고, 주차 차량도 많아서 좁은 길 돌아다니는 건 좀 힘들었다. 일요일은 좀 더 한산했던 듯. 아무튼 저렇게 주변 돌다가 제일 멀리까지 갔던게 진해였음. 이때 고속도로 타고 속도 내니까 쫄렸다.

 

10년전에 내가 이랬다는 말이고, 지금은 안 가봐서 저기가 운전연습하기 적합한지는 모르겠다. 일단 자의든 타의든 주5일 근무하는 회사는 더 많아졌을테지만, 근처에 아파트 단지가 많이 생겨서 교통량 자체가 많아졌을거라서. 한창 저기서 연습할때는 막바지에 내가 직접 우리집까지 운전하기도 했다.(믈론 주차는 대부분 아빠가 했다) 하단5거리쪽으로 빠지기도 했고, 맥도강변길 따라 가다가 구포쪽으로 빠져서 집에 가는 길에 잠깐 삼락공원 들러서 과속방지턱 열심히 연습했었던 기억이 나네. 아빠가 옆에서 이래라 저래라 해 줘서 가능했던 일이긴 한데, 지금은 정말 까마득하다...

 

20시간 넘게 아빠랑 운전연습하고 도로주행시험 신청했다. 6시간동안 기본 교육을 받았는데, 이때 쌤이 장내주행 2시간 해준 쌤이었다. 나를 기억하진 못한 것 같았는데 장내주행 연습할 때 많이 혼났지만 이땐 별 말씀이 없으셨다. 6시간 채우고 도로주행 루트를 잘 기억못해서, 그리고 혹시나 해서 2시간 연장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평일 잠깐 회사 나와서 도로주행 시험을 쳤다.

 

이 날 같은 시간에 나랑 같이 치는 사람이 몇명 있었는데, 나는 뒤에서 두번째로 쳤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치는 걸 관찰했는데, 첫번째 사람이 1단 기어 놓고 변속 안 하고 1단으로 죽 가는 걸 보고 속으로 탄식했다. 내가 대우인터 근방 5각형에서 운전연습 처음 할 때 저랬는데ㅠㅠ 저 사람도 긴장 많이 했을텐데 거기서 불합격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사람인가는 2번인가 도로주행 떨어졌다는데 세번째 역시 불합격. 나는 아주 잘 나갔지만 중간에 유턴 구간에서 길을 잘못 들 뻔해서 거기서 감점 받았다. 73점으로 턱걸이했다.

 

점수가 어땠든 합격했다. 그리고 운전면허증도 받으러 갔는데, 사진이 구려서 그냥 신분증으로 들고 다니기만 했음. 그 뒤로 운전할 일이 없어서 장롱에 쳐 박아둔지 10년이다. 그리고 올해는 운전면허 갱신해야 한다.

사진은 오늘 운전연습하러 갔다가 점심으로 먹은 남포칼국수 해물순두부찌개. 차 사고 나서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운전연습 시작했는데, 기어 움직이는 것부터가 쉽지가 않다. 틈틈이 운전연습해둘 걸. 아니 아빠 보험에 이름만이라도 올려둘걸 후회 막심이다. 운전대 잡은 이후로 단 한번도 혼자서 운전해 본적이 없어서, 언제부터 혼자서 운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니 앞이 깜깜하다. 그래도 열심히 연습해야지. 내 차를 내가 운전못하면 누가 운전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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