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동에 있는 이마트는 부산에 처음으로 생긴 이마트 매장으로 기억한다. 20년이 넘게 그 자리를 지켰으나, 사상공단이 쇄락하고 엄궁에 꼴데마트가 생기고 사상 르네시떼 쪽에 더 큰 이마트 매장이 있고, 그 옆에는 역시 오래된 홈플러스가. 그래서 장사 안된지 오래되었다. 한때 세원사거리쪽으로 매장 옮긴다는 얘기도 있었던 모양이지만, 스타필드가 명지에 생기게 되면서 결국에는 사라지게 되었다.
여긴 우리집에선 가기 참 애매한 곳인데, 그래도 전직장 다닐땐 주말에 일 마치고 종종 물건 사러 갔었다. 주말 점심때인데도 꽤 한산했었음. 그리고 직장 옮기고 나서 거의 갈일이 없었는데, 두어번 이마트 맞은편 중국집에 먹으러 가고 가끔 물건 산 적이 있다. 그래도 이마트가 없어지면 갈 일이 없을 것 같아서(다시 말하지만 내가 일부러 찾아가기엔 위치가 애매하다) 마지막 날 퇴근하고 가 보았다.
그 중국집의 이름은 후차이. 흑미로 면을 만든다는게 세일즈 포인트. 내 입맛으로는 짜장면이나 짬뽕이나 흑미로 면을 만들었다고 해서 특별한 맛이 있었던 것 같진 않다.
그랬는데 도착하니 이마트 직원 회식 장소가 되었음. 마지막 날이라고 일찍 매장 정리하고 이마트 직원 회식중이었다;;; 그래도 자린 남아서 빈 자리에 앉아서 주문했다. 이 사진은 회식 끝난 후 찍었던 사진이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고 마지막의 아쉬움을 푸는 것 같았다. 여기에 끼지 못하는 나는 남의 회식자리에 낀 느낌이라 약간 불편했다. 하필 여기서 회식할 줄은 몰랐는데, 평소에도 직원들이 자주 이용한 음식점이었을 수도. 생각해보면 이 근처에는 회식할만한 데가 안 보이긴 하다. 이마트 건물 지하에 있는 식당들도 크진 않았던 걸로 기억하고, 근처 식당들도 다들 작아서.
나는 간짜장밥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간짜장밥보다는 예전에 먹었던 새우볶음밥이나 삼선볶음밥이 훨 맛있었다. 이 다음에 갔을 때는 새우볶음밥을 주문해서 먹었다.(사진 안 찍은 듯)
다 먹고 나가려니 회식도 끝났는지 이마트 직원들도 나가는 중이었다. 기념품도 나누고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니까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도 하고. 매장을 20년 넘게 유지했으니 그만큼 오래 일한 직원도 많았을테고, 새로 생긴 스타필드나 다른 매장으로 옮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이 날이 이마트 근무 마지막이었겠지.
집에 가기 전에 잠깐 이마트를 들여다보았더니 카트로 지하를 막아놓았다. 며칠 뒤에 한번 더 가보니 그대로였던 듯. 매일 출근길에 보는 이마트 건물은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다. 이 건물 내에는 이마트만 있는게 아니어서 건물이 팔리거나 새로 짓거나 하는게 힘들 수도 있어서 지하 매장을 이렇게 방치하는 걸수도 있겠다.
이 근방의 대표 랜드마크여서 아직도 이마트 앞 버스정류장 이름은 감전동이마트다. 새로운 무언가가 생기기 전에는 정류장 이름이 바뀌지 않을 것 같고, 그때까지 감전동 이마트 이름은 계속 남아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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