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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마시고

북창동 순두부

by 露彬 2021.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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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내가 다녔던 학교에는 정문, 구정문, 북문이 있었다. 그리고 비공식적으로 산성으로 가는 문이 있었는데 산성 갈 거 아니면 이용할 일이 없었음. 구정문이야 말 그대로 옛날 정문이고, 정문은 셔틀버스도 지나가는 내가 주로 이용했던 문. 그리고 북문은 중도 근처에 있는 문이다.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죽 올라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정문을 주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 지하철역 앞에 셔틀버스도 서 있는데, 그땐 환승제도가 없던 시절이라 지각할때 빼고는 차비 아끼려고 지하철역에서 무작정 걸어 올라가야 했지. 그리고 밥도 학생식당이나 정문쪽 가게에서 먹었기 때문에 다른 문들은 이용할 일이 없었다. 심지어 모임도 정문쪽에서 다 했고 학교 근처 학원도 다 정문 내려가야 있는 곳들이었다. 당연한게 정문쪽이 번화가였으니까.

 

어느날 고교 동창 친구랑 만나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얘는 중도쪽에 있는 상대 건물에서 주로 공부하는 경제학과여서 그런지 북문쪽 가서 밥 먹자고 했다. 그때 처음으로 북문을 이용하게 되었다.

 

얘가 자주 먹는 식당이라며 안내한 곳은 작은 순두부찌개 가게였다. 난 이전까지 순두부찌개는 커녕 순두부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찌개는 우리집에서도 자주 먹지만, 참치김지찌개만 먹었으니까. 김치에 참치캔 참치조각에 찌개용 두부를 넣고 끓인 기본적인 찌개. 요즘은 김치 아깝다고 김치찌개도 잘 안 해 먹지만, 이때만 해도 우리집에서 자주 해먹는 메뉴였다.

 

사실 순두부찌개 먹어본 적이 없어서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은 안 들었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가 먹자고 해서 먹은 거였다. 팔팔 끓는 냄비에 찌개가 담겨져 서빙되었고, 밥과 반찬도 나왔다. 작은 가게였으니까 반찬도 푸짐하진 않았지만 무난했던 것 같고, 밥 양이야 기본 스텐레스 밥그릇에 나왔으니 많지도 적지도 않았고. 그리고 이날 나는 순두부찌개를 처음 먹어보았다.

 

처음 먹어본 순두부 식감도 좋고 안에 들은 바지락이나 야채도, 매운 정도도 다 좋았지만, 난 생달걀을 깨서 넣어서 익혀서 먹는거에 충격을 받았다. 좋은 의미의 충격이다. 순두부찌개 자체도 너무 맛있었지만, 그 달걀 깨서 넣어서 먹는 것 자체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 뒤 순두부찌개를 다른 찌개보다 더 좋아하게 되어서, 이젠 밖에선 순두부찌개만 먹는다. 그날 이후로 북문의 그 가게에 먹으러 가 본적은 없다. 이름도 기억 안 나고, 오랜 시간이 흘러서 지금도 장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졸업후 가끔 학교 찾아가더라도 북문쪽으로는 가 본 적이 없으니. 하지만 처음 순두부찌개를 먹었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기억난다. 핸드폰 연락처 날아가서 연락 안한지 오래되었지만, 순두부찌개 알게 해줘서 고맙다 친구야.

어제는 부모님이랑 같이 하단 아트몰링 14층에 있는 북창동순두부에 갔다. 3명이 갔으니까 2인 세트메뉴인 제육볶음순두부정식 시키고 따로 소고기순두부찌개도 주문해서 나누어먹었다. 순두부찌개 먹다가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다. 요즘은 순두부찌개 종류도 정말 다양하고, 시대상에 따라 마트에서 밀키트로도 팔고 있다. 자주 먹지는 않지만, 먹을만한게 없을 때 먹을 수 있는 가장 만만한 메뉴. 다음엔 밀키트 사서 조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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