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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읽고

십이국기 - 히쇼의 새

by 露彬 2022.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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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십이국기 시리즈.

원작의 쩌는 일러스트를 그대로 가져온 건 아주 좋았다. 물론 번역에서 고유명사 발음표기가 좀 아쉽다는 평이 많아서(나도 그러함)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사는 걸 몇년동안 까먹었다 지금 샀다. 우리나라 외국어 표기법 안 따르는 책도 많은데 그 점이 아쉽긴 하다. ㅋ와 ㄱ의 발음은 일본어에선 엄청 다른데. 근데 읽다보면 적응이 된다.

첫번째 단편은 표제작인 <<히쇼의 새>>. 오노주상이 오랜만에 잡지에 연재한 단편이라 단행본 나오기 전부터 줄거리는 대강 이미 알고 시작. 요코 전임자들의 답없음을 지켜보는 하급관리의 한숨과 슬픔 등등이 줄거리. 하지만 마지막에 그 분이 나오면서 감동이 배가 됨. 1편부터 주인공 나약하고 허약한 걸 참고 본 보람이 있다. 잠깐 등장하는데도 이전 왕들과는 다른 느낌이 팍 오잖아.

두번째 단편 <<낙조의 옥>> 역시 잡지 연재분이라 줄거리는 알려져 있다. 사형제에 대한 뭔가 심오한 논의가 오가서 생각할 거리가 있다. 이전 작품에서 약간씩 언급되었다는(오래전에 읽어서 기억 안 남) 유국 멸망의 과정을 연쇄살인마의 등장으로 보여주는 느낌. 아무리 선적에 올랐다고 해도 본질은 인간이니 사람의 마음이 변할 수는 있다지만, 왕이 의욕없어서 국정을 놓는 거는 너무 슬픈 이야기다. 저래서 십이국기 왕이 오래 안 가는 구나. 십이국기 세계에선 어찌되었든 왕이 있어야 나라가 기본적으로 굴러는 가는데. 물론 정치도 잘 해야 하지만. 왕이 초심을 잃고 점점 실도의 길로 가면 힘든 건 일반 국민들이지.

세번째 단편 <<청조란>>이 이걸 아주 잘 보여준다. 위의 것들은 왕이 없어도 이전보다 풍요롭지 못할 뿐 잘 먹고 잘 살고 국민 착취하고 살지만, 국민들은 죽음을 코 앞에 두고 하루하루 겨우 살아간다. 그래도 지각있는 관리들이 이리뛰고 저리뛰어서 새 왕이 즉위하기 전까지는 완전히 망하지 않는 듯. 내용 자체는 왕이 없는 시기 나무에 역병이 돌아서 그 역병을 해결하기 위해 하급관리들이 개고생하는 건데, 해피엔딩이 난 건 제대로 된 왕이 즉위했기 때문. 도대체 이 막장 국가가 어딘가 싶어서 검색해봤더니만 안국이랜다-_- 쇼류 즉위 직전에 나라가 폐허 수준이었다더니만 정말 대단하다. 아무리 오랫동안 왕이 없었다지만 나라가 저 꼬라지가 된 건 탐관오리들이 설쳐서 그랬던 듯. 이래서 제대로 된 왕이 오래 버티고 있는게 중요한 것.

네번째 단편 <<풍신>>은 다시 요코 즉위 직전의 경국으로 돌아온다. 히쇼의 새가 하급 관리지만 어쨌든 궁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거면 풍신은 일반 국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요코 전임자가 여자들 다 내쫒는(1편에서도 잠깐 언급되고, 히쇼의 새에서도 다루지만) 막장 명령의 결과로 고아가 된 여주인공의 이야기다. 십이국기 세계에서 왕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준다. 경은 이전 왕들이 무능했지만 왕의 부재기간이 짧아서 무너지기 직전에 빨리 회복할 수 있었던 듯하다. 일단 오랫동안 왕이 없으면 여주인공을 돌봐준 관리들이 멀쩡히 일 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

전체적으로 십이국기의 왕은 무엇이고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답을 주는 단편들이다. 현실에 대입해 봤을때도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그런 진지한 생각이 아니어도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어서 밤새서 다 읽었다.

결론은 요코는 절대 실도하면 안되고 오래오래 왕 해 먹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다. 번역본 언제 나올지 몰라서 일단 원서로 읽어보겠다고 신작 산 건데 비닐 뜯지도 않고 방치되어있었다;;; 근데 번역본 읽어보니 내 전성기 일본어 실력으로도 원서는 절대 무리ㅠㅠ 1편 정도가 사전 좀 뒤져가면서 대강 읽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이후는 단어 자체가 너무 어려워지니까.

일판과 한판의 투샷.

내지 일러스트.

 

고유명사 발음 정도만 빼면 번역 퀄리티도 좋아서 한두권씩 사 모아야겠다. 그나저나 일본에 타이키쪽 신작 나온지 몇년 되었던데 왜 번역이 안되었는지 모르겠네. 오노주상도 건강이 안 좋아서 신작 출판 미뤄지고 있다던데. 이러다 출판사 바꿔서 번역본 새로 나오는 건 아니겠지... 이 번역본 꽤 마음에 들어서 계속 이렇게 나왔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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