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사진 좀 만 더 풀어줘...
드디어 이 날이 오고 말았다. 몇달 전 결혼소식은 뜬금없었는데, 연느님도 어느새 30대가 되었던 것이다. 주니어시절부터 봐서 연느님이 30대라니 믿을 수가 없네. 그만큼 나도 늙었군;;;
2006 주니어월드를 앞두고 홀림 운영자가 쓴 글이 여기저기로 퍼져갈 때 김연아라는 선수를 처음 알았다. 그 이전까지는 올림픽때 잠깐 피겨 경기를 보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기억 나는 건 별로 없는데, 경기는 옥사나 바이울이나 리핀스키 정도가 기억나고, 해설자가 중국선수들은 서커스같다고 멘트한게 기억 남.(아마 쉔-자오 해설때였을 듯) 그리고 크리스티 야마구치나 이토 미도리도 이름만 기억나는 걸 봐선 그때도 보긴 했던 것 같다.
아무튼 김연아를 알게 되고 나서 2006년 올림픽을 제대로 보게 되었고, 2006 주니어월드부터 제대로 김연아 경기를 죽 보게 되면서 피겨 팬질을 시작했다. 관련 커뮤니티에도 가입해서 활동도 했다. 나는 내가 디씨에 글을 올리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모 아이돌 멤버 사건이 그걸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김연아를 베이스로 해서 다른 선수들도 좋아하게 되었다. 이때 외국방송 따와서 아프리카 방송해주는 능력자들 덕분에 생방송으로 중요 경기를 대부분 봤다. 백수시절과도 겹쳤지만 젊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지금은 시간 남아돌아도 밤은 못 샌다.
피겨 팬질 때려치운 건 소치 이후다. 그동안 피겨판 내외의 사건 사고에 질려서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팬질을 하다보니 김연아의 어려운 상황에 몰입하는게 내 일이 아닌데도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나는 아직도 이걸 기억해. 흑백사진이라 낭만적으로 보일진 모르지만, 절대 잊혀질 수 없는 사진.
그리고 피겨판만 문제인게 아니라 커뮤니티 활동하면서 각종 사건을 접하다보니 김연아를 제외한 선수들에게도 애정이 떨어지기도 했고. 요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한 것 때문에 전세계가 난린데, 내가 좋아했던 러시아 선수들 근황 알고 싶지 않다... 아무튼 소치까지만 참다가 때려치고 김연아 개인 팬으로 돌아갔다.
너무 마음이 편했다. 은퇴 뒤에는 전남친 소식 제외하면 정말 잘 지내는 것 같아서 안심이 되었고. 아무래도 좋은 소식만 간간히 들으니까 즐거웠다. 라이트하게 팬질하는게 나한테 잘 맞는 듯. 결혼소식은 좀 당황했지만 솔직히 결혼상대가 누군지 몰라서가 더 컸다.(티비 잘 안 봄) 누굴 붙여도 말이 나올만한 연느님이라 나도 처음엔 누군지도 모르고 별로 마음에 안 들었는데.
소속사 입장문에서 재사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처음 듣는 단어인데 너무 적절한 표현이더라. 단어 하나가 그 소속사와 결혼상대의 이미지를 바꿔놓았다. 연느님이 잘 선택했겠지만, 그래도 결혼생활이라는게 좋은 상대여도 쉬운 건 아니니까. 하지만 어려운 일이 있어도 선수시절처럼 잘 헤쳐나가겠지 싶고, 정 안되면 단호하게 선택할 사람이라는 것도 아니까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생각났는데, 김연아 남친 자격이 쿼드 뛰고 링크장도 만들어줘야 하고 빵집도 해야 인정! 이었는데. 앞의 두개는 못해도 최소한 빵 굽는 건 해야 하지 않을까. 이 시점에서 나는 남편분이 빵을 잘 만드는가가 궁금하다...
덧. 자비로운 연느님이 인스타에 결혼식 사진이랑 웨딩사진 더 풀어주심... 역시 승냥이 맘을 잘 아신다니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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