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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읽고

문과라도 안 죄송한 이세계로 감

by 露彬 2022.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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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니름 있습니다. 안 봤거나 미래에 볼 사람 주의요망)

요즘 여기저기서 웹소설을 보고 있는데, 대체로 트위터에서 추천하는 걸 보고 흥미가 생겨서 읽게 된다. 아니면 그 수많은 웹소설 중에서 뭘 볼 지 알 수 없으니까. 이 웹소설은 트위터에서 추천 많이 올라왔던 건데, 역시 제목때문에 좀 안 끌렸다. 제목은 요즘 유행대로 줄거리를 요약한 긴 문장이라서 취향이 아니었고, 제목에서 풍기는 건 2000년대 초반에 흥했던 이세계 진입 고딩 깽판물 느낌이라서. 하지만 이세계로 가면서 주인공은 짱 세졌지만, 깽판은 못 치고 무능한 신들때문에 이리저리 굴려지는 불쌍한 영혼이었음. 사실 그래서 더 감정이입이 잘 되었음. 주인공 위주로 너무 잘 풀리면 몰입이 안 됨.(천재 타자는 현실의 꼴데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리만족으로 몰입했던 것.)

2022.08.10 - [보고듣고읽고] -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 완결까지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 완결까지

2021.09.22 - [보고듣고읽고] -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 https://series.naver.com/novel/detail.series?productNo=6229371&isWebtoonAgreePopUp=true 천재 타자가 강속구를 숨김 MLB에서 온 KBO 생

ryuzhia.tistory.com

현대 한국에서 안팔리는 인문서적 출판사에서 영혼까지 갈리던 30대남 김정진은 그 출판사조차 망해서 갈 길을 잃었다. 마지막 회식 마치고 자취방 가는 길에 강물에 휩쓸리는 사고로(!) 자기가 조언을 주고 있던 어떤 판타지 소설로 빙의하게 되는 것까지 이세계 진입 깽판물의 전형. 소설에선 이름만 살짝 등장했던, 아직 팔팔한 10대인 나라 최고 부잣집 차남으로 빙의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여신의 인도로 그 세계에서 가장 팔자 사나운 놈과 엮이게 되면서 엔딩까지 개고생을 하게 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은 능력의 봉인이 조금씩 풀리면서 이 세계의 이야기를 올바르게 완결시켜야 한다는 의무를 깨닫게 된다. 그 강대한 능력들이 다 그것을 위해 주어진 건데, 이야기가 처음부터 꼬여서 계속 수정해도 수습도 안 될 지경이니, 신도 손도 못 대고 다른 세계 사람을 불러온 건데 걔가 어떻게 다 함? 치트키 편집자 권한도 만능이 아니고. 그래서 이야기 내내 살아있는게 용할 정도로 개고생을 한다. 맛있는 걸 잘 챙겨먹으면 뭐하나. 마력 쓰느라 다 빠져나가는데.

 

주인공의 능력 중에 현실 세계의 각종 문학에서 따온 마법의 주문이 최강인건데, 성경 창세기전 인용은 사기 스킬이었다. 가장 좋았던 건 <세상은 하나의 무대며, 모든 사람은 한낱 배우일 뿐이니 제각기 각자의 등장과 퇴장이 있노라> 셰익스피어도 사긴데, 이건 그 오페라 스토리와 너무 잘 어울렸었지.

 

트위터에서 이런 마법 진언으로 영업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관심을 좀 가졌다가, 제목때문에 좀 망설였다가, 완결되고 나서 보기 시작했다. 조금씩 보다가 뒷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여름휴가 다 바쳐서 완결까지 달렸다. 이번 여름휴가는 운전연습과 잠자고 먹는 거 빼고(아 잠깐 외출해서 헌혈도 했었네) 문송안함으로 달렸다. 정말 힘들었다... 다시는 이런 미련한 짓을 하지 않으리 결심했지만 또다시 반복되는 어리석음이여.

 

작가가 인문학적 지식이나 고전 문학을 많이 읽은 걸 잘 풀어내서 주석 보고 다음 읽을 거리를 참고하는 것도 좋다. 나는 일단 셰익스피어를 다시 읽어볼까 싶은데, 완역본을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암튼 10대 소년의 몸으로 빙의했지만 속은 30대 한국남인 김 클레이오 정진의 한국인스러움에 더욱 더 정이 갔다. 나라도 이세계에서 치트 능력이 있으면 부동산 투자부터 했겠다.(한창 읽을 때 생각이고 지금은 아닙니다...) 옥장판이나 국밥이나 김치 대체제를 기여코 만들어내는 그 집착. 돈 없는 놈이었으면 와인대신에 소주 비슷한 걸로 궁상떨고나 있었겠지. 그러나 현대 지식을 바탕으로 돈도 왕창 벌고 부동산 투자도 다 성공하고. 멍청한 신때문에 죽기 직전까지 굴려지는 것만 아니면 진짜 부러운 인생이다.

 

그래서 엔딩이 용서가 안된다.

독자들은 다 이 엔딩을 원했는데, 죽도록 고생만 시키고 망하기 직전인 원래 세계로 보내다니. 작가 양심 어디 있음? 요즘 웹소설은 외전 길게 가는 것도 대세라던데 왜 후일담 외전이 아직도 없단 말인가. 나는 아직도 가끔 문피아를 가서 외전 올라왔나 확인한다...

 

아무튼 작가님 직장과 병행하면서 연재한 것 같은데, 고생 많이 하셨고, 늘 건강하시고. 새 작품 이전에 문송안함 외전부터 연재하셨으면 좋겠다. 한편이라도 좋아. 8세계 애들 팔팔할 때 돌아와서 술파티 해야지ㅠㅠ 나이 들면 술도 못 마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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