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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

잃어버린 택배

by 露彬 2020.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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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장에서 속옷을 주문했는데 화요일엔가에 도착 예정이었고, 늘 그랬듯이 택배기사님이 문 앞에 두고 갔다고 문자를 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보니 없었다. 엄마 아빠도 나한테 택배 온 것 없다고 그랬다.

 
이상하다 싶어서 출근길에 경비실 갔더니 그날 우리집으로 택배 온 것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점심시간에 택배기사님과 통화를 했다.  나는 분명히 물건 문앞에 두었다는 문자를 받았고, 기사님도 물건 갖다주었다고 그랬다. cctv로 찾아보고 물건 못 찾으면 금액 배상하겠다고 했다.

 

그 뒤로 좌불안석의 시간이었다. 돈 받고 새로 주문하는 것 보다는 원래 주문한 내 물건 제대로 받는게 좋다. 이런 일이 한번도 없었는데. 그 기사님은 cj로 오는 택배는 전부 가져다주는 분이라 항상 문자로 도착시간 주고, 문 앞에 물건 내려놓고 문자로 준다. cj만 그런 거 아니고 다른 택배회사도 이런 시스템이고, 부모님도 택배 물건은 잘 챙겨놓으신다. 주문할때 항상 경비실에 갖다두라고 하는데, 경비실에서 싫어하는건지 시스템이 바뀐 건지 요즘은 문 앞에 두고 초인종 누르고 그냥 가더라. 집에 있는 사람한테 직접 전달하면 큰 문제 없을텐데, 요즘은 워낙 택배가 넘쳐나고 다들 바쁘니까 이해는 한다.

 

계속 전화가 없어서 금요일에 전화를 했더니 기사님이 cctv 확인해봤더니 우리집에 둔게 없어서 다시 찾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토요일까지 못 찾으면 물건 금액 물어준다고 했다. 그랬는데...

 

집에 왔더니 그 택배가 뙇 있더라. 

알고 보니 박스에 10☆호라고 매직으로 적혀있는 것이다. 우리집은 110☆호인데. 기사님이 송장에 있는 작은 글씨를 일일히 보고 배송하지는 않을테고, 택배사의 누군가가 잘못 적어놓은 걸 그대로 보고 배송한 모양이다. 그리고 10☆호 사람이 며칠 지나서야 확인하고 금요일 오후에 가져다 주었다. 하긴 나도 택배 며칠 쳐박아 두었다가 뜯을 때도 많으니까 그럴 수도 있지. 

 

확인하고 그 다음날인가 기사님께 바로 전화해서 다른 호수로 간 물건 찾았다고 배상 안해도 된다고 말씀드렸고 해피엔딩. 그 뒤로도 cj 택배 물건은 무사히 우리집으로 배달되고 있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엄마가 나 퇴근할때까지 기다렸다가 택배 온 거 뜯어보라고 한 거였다. 물건이 커서 궁금했던 모양인데, 문제는 난 그 시기에 주문한게 없었음. 누가 선물보냈나 싶어서 송장 자세히 보니까 100☆호 물건이었다. 막 갖다주려고 하는 순간 바로 밑층에서 물건 가지러 왔더라. 뜯어보기 전이어서 다행. 엄마가 가끔은 내 박스 뜯어볼 때가 많아서 그랬으면 민망했을테지. 그때도 물건에 110☆호라고 적혀있었다.

 

이 일이 무사히 마무리되고 그 다음주에 아침 먹으면서 굿모닝 대한민국을 보고 있는데, 택배사의 실태가 나왔다. 하필 내가 본 부분이 택배기사들끼리 돈 모아서 알바 고용해서 물건 분류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그런 건 그 택배 지점의 직원이나 알바생이 하는 줄 알았는데 띵했다. 그러니까 일전의 실수는 기사들이 고용한 알바생이 실수한 거였다. 택배기사들 택배 건당 적은 금액받고 기름값이나 식비까지 해결한다고 들었는데, 이런 것까지 알바생 직접 고용해서 하는 거면 택배사는 뭘 하는건지 모르겠음. 

 

기사 찾아보니까 그냥 파업이 아니고 분류작업 거부였네;;; 이런 기본적인 걸 택배기사들한테 다 떠넘기니 파업할 만 하다. 택배물량이 한 두 건도 아니고 택배분류작업까지 기사들이 하면 어느 세월에 배송하냐고. 이 분류작업은 돈도 안 준다는데서 어이상실. 정부에서 분류작업 직원들 투입하도록 하겠다고 했으니 앞으로 이런 일들은 택배사에서 알아서 고용하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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